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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가족 - 진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가족이야기 줄거리, 제작의도, 리뷰

by doitenjoy 2023. 1. 10.

가족이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우리는 엄마와 아빠, 형제자매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하지만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라면 가족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어느 가족>에는 혈연을 아니지만 한 식구로 모여서 서로 돌봐주며 살고 있는 가족이 있다. 그 가족의 이야기를 해보자. 줄거리와 제작의도, 리뷰를 적어보겠다. 

어느가족 가족사진 포스터

줄거리 좀도둑 가족

시바타 오사무, 시바타 노부요, 시바타 아키, 시바타 쇼타는 시바타 하츠에의 낡고 좁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오사무는 쇼타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고, 고로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밖에 혼자 나와 있는 여자 아이 유리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집으로 데려온다. 저녁에 유리를 집으로 데려다주러 가지만 유리의 부모는 유리가 사라진 일로 심하게 다투며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유리를 원해서 낳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다시 데려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이들 모두 시바타라는 성을 사용하지만 사실 이들은 시바타 하츠에의 집에서 그녀의 노인연금에 기대어 필요한 생필품들을 훔쳐서 살아가고 있다. 오사무는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노부요는 세탁전문업체, 아키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나가기 싫어하면서 출근한 오사무는 그날 다리를 다쳐 돌아오고, 오사무는 유리에게도 도둑질하는 법을 가르치고, 오사무, 쇼타, 유리는 함께 낚싯대를 훔친다. 쇼타와 유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쇼타는 늘 그래왔듯 먹을 것을 훔쳐서 유리와 함께 먹는다.

어느 날 문방구에 가서 쇼타와 유리가 도둑질을 하자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둘을 불러 먹을 것을 주면서 동생에게는 도둑질을 시키지 말라고 한다. 쇼타는 정말 유리에게는 도둑질을 시키고 싶지 않아 진다. 며칠 후 TV에서 유리의 실종 뉴스가 나오고, 유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바타 가족과 함께 살겠다고 한다. 유리가 입고 온 옷은 태워버리고 유리의 옷을 사러 간 하츠에와 노부요는 유리의 부모가 유리에게 새 옷을 사주고 유리를 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부요는 유리를 안아주며 정말 사랑한다면 때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유리의 옷도 돈을 주고 사지 않고 훔친다.

직장동료와 둘 중 한 명만 남으라는 권고사직을 강요당한 노부요는 뉴스에 나온 실종된 유리가 함께 살고 있는 사실을 안다는 동료의 협박에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다. 바다를 보지 못한 유리를 위해 가족들은 모두 해변으로 놀러 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음 날 하츠에가 죽고, 가족들은 그녀의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서 집에 그녀를 묻고, 그녀의 통장에 남아있는 돈도 모두 찾는다. 오사무가 자동차 유리를 깨고 가방을 훔치려고 하자 쇼타는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고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돕지 않는다. 쇼타는 점점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쇼타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려고 하는데 유리가 따라 들어와 물건을 훔치자 쇼타는 일부러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양파 한 망을 훔쳐서 달아난다. 쫓기던 쇼타는 다리 아래로 떨어져 잡히고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을 한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병원에서 경찰을 만나고 경찰의 질문에 대답을 얼버무리며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 야반도주를 하려다가 경찰에게 잡힌다. 경찰 심문 과정에서 노부요는 전과가 있는 오사무를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쇼타는 입양을 위해 보육시설로 보내지고, 유리는 부모에게 돌아가지만 여전히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제작의도 가족이란 무엇인가?

후지텔레비의 제작 지원을 받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어느 가족>은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01년 <디스턴스>, 2004년 <아무도 모른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5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5번 초청되었다. <어느 가족>은 일본에서 개봉 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와 관객 평점 100%를 기록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 온 것을 모두 담은 영화라고 이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노부부가 사망한 후 그 후손들이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사망처리를 하지 않고 생활하다가 체포된 뉴스를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또 낚싯대를 훔친 후 처분하지 않아 잡힌 좀도둑 뉴스를 보면서 왜 낚싯대를 처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남자 어른과 아이가 낚시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둘이 부자가 아니라면 어떨까라는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어느 가족>으로 개봉한 이 영화의 일본어 제목은 <만비키 가족>, 번역하자면 좀도둑 가족이다. 영화의 초기 제목은 <소리 내어 불러줘>였다고 한다. 영화 속 시바타 하츠에가 해변에서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들 고마웠다고 소리 내지 않고 말하는 부분, 버스 안에서 쇼타가 소리 내지 않고 뒤돌아보며 오사무를 아빠라고 나오는 부분, 면회실에서 노부요가 쇼타를 보고 입모양으로만 인사하는 부분이 모두 마음속에 간직은 하고 있지만 소래 내지 못하는 가족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시바타 오사무'역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같이 한 릴리 프랭키, '시바타 하츠에'역에 여섯 편의 작품을 함께 한 키키 키린, '시바타 노부요'역에 안도 사쿠라, '시바타 아키'역에 마츠오카 마유, '시바타 쇼타'역에 죠 카이리, '유리'역에 사사키 미유가 출연한다. 키키 키린에게는 이 작품이 생전 마지막 영화였다.

전문가 감상평

  • <어느 가족>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아버지가 되려는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절제되었음에도 전해지는 깊은 감동.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풍성한 휴머니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강렬한 챕터를 더했다.
  • 앞으로 우리가 찍는 영화에 우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안도 사쿠라를 흉내 낸 장면일 것이다.
  • 재미있고 유쾌한 시작에서 슬픈 감정이 솟구치는 엔딩.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
  • 오랜만에 너무나 가슴 먹먹한 영화
  • 매 장면이 빛나는데 아프지만 따뜻하다. 나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영화의 집대성. 그 따스한 빛과 스산한 그림자가 선명하게 함께 담겼다.
  • 비수 같은 따뜻함과 서늘한 어루어짐, 그 결정판
  • 선과 악, 동정과 온정, 그 경계의 회색지대에서 쉽게 면죄부를 남발하지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지도 않는다.
  • 나누어 보듬는 삶, 고레에다 가족영화의 정점
  • 고레에다의 가족 집대성. 냉정한 시선으로 끌어모은 온기
  • 우연히 시작돼 서로 부딪히고 비틀리다가 결국 깊은 유대를 나누고 마는 관계에 대한 섬세한 관찰들. 여전히 혈연 중심의 보수적인 가족 개념을 공유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에는 더욱 값진 이야기
  • 비혈육 가족의 온기를 식히는 냉기의 정체는?

리뷰 그들은 진정한 가족이었을까?

아빠 역할의 오사무와 엄마 역할을 하는 노부요는 가짜 부부이다. 과거 오사무는 노부요의 손님이었고, 노부요의 남편이 노부요를 죽이려고 하자 함께 남편을 죽이고 매장한 후 둘은 함께 산다. 둘 사이는 가짜 부부지만 서로 의지하며 대신 죄를 덮어쓸 정도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관계이다.

하츠에는 남편이 죽고 나서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어떤 경위로 노부요와 오사무, 그리고 아키와 함께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다만 아키는 하츠에 남편이 바람을 피워 낳은 아들의 큰딸이다. 하츠에와 아키는 혈연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가족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인지 둘은 함께 은행도 가고 외식도 하고 잠도 한 이불에서 붙어 잔다.

쇼타와 유리는 오사무 일행에게 구해진 아이들이다. 이렇게 6명은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한 집에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하는 식구이며 가족으로 살아간다. 이 가족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도둑질을 시킨다. 과연 진짜 자신의 아들과 딸이라면 도둑질을 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친자식이라면 함께 도둑질을 하지도, 또 도둑질을 시키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그 상점이 망하지 않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겠냐며 죄책감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 필요한 생필품을 훔쳐서 사용하고, 유키가 옷이 필요하자 옷도 입혀서 그냥 가져오고, 필요한 생필품을 훔쳐오라고 강요한다. 영화 제목처럼 이들은 좀도둑 가족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따뜻하게 안아주고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며 살아간다. 영화 속에 유독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유리는 이 집으로 와서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웃음을 되찾는다. 노부요가 경찰 심문을 받을 때 유리가 친부모에게로 보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에게 그것이 유리가 진짜 원했던 거냐고 물어본다. 노부요는 유리가 친부모에게 돌아가도 여전히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가족>은 가짜 가족이지만 진짜 가족이 해주지 못한 서로를 보살피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살아간 진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가족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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