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왕별희 줄거리, 명장면, 추가된 장면

영화 <패왕별희>는 1993년 개봉한 첸카이거 감독의 작품으로 2020년에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로 재개봉했다. 1993년에 관람했던 영화를 2023년에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로 다시 관람했다. 1924년 중국군벌시대부터 1966년 문화 대혁명까지 중국 근현대를 살아가며 역사적인 사건들을 겪어내는 두 경극배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리뷰하고, 내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원작에서 15분가량 추가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영화 <패왕별희> 포스터

줄거리와 감상 중국 근현대를 살아온 경극 배우의 삶

한 극장에 경극 배우 2명이 패왕과 우희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두 사람은 사인방 때문에 공연을 안 한 지 11년이 되었다고 말하고 공연장의 불이 켜진다.

• 1924년 군벌시대 북경

홍등가에서 일하는 도즈의 엄마는 더 이상 큰 아들을 홍등가에서 키울 수 없어 경극단에 데려가지만 아이가 육손이라 안된다고 거절당한다. 그녀는 칼로 아들의 손가락 하나를 자르고 다시 경극단에 맡기고 간다. 도즈는 창녀의 아들이라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지만 데이가 도즈를 돌봐주고 둘은 친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남자이지만 여장연기를 해야 하는 도즈는 도망을 치지만 패왕별희 경극을 보고는 다시 경극단으로 돌아온다. 경극단은 서태후를 모셨던 장내관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우희'역을 맡았던 도즈는 장내관의 집으로 가서 겁탈을 당한다. 다음 날 경극단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 버려진 어린 아기를 주워서 데려온다. 

• 1937년 중일전쟁

중일전쟁 발발 하루 전 성인이 된 샬로(시토, 장풍의)와 데이(도즈, 장국영)는 경극 패왕별희의 패왕과 우희로 유명한 경극 배우가 되어 사진 촬영을 하고 항일 시위를 하는 군중을 뒤로하고 경극 공연을 하러 극장으로 향한다. 고위관료출신 원대인은 경극 후원자를 자처하며 경극 관람을 하고 '우희'역의 데이에게 호감을 갖고 선물을 하며 집으로 초대한다. 샬로는 기생집 화만루에 선약이 있다면서 거부한다. 화만루에서 위기에 처한 쥬산(공리)을 샬로가 구해주고, 쥬산은 극장으로 찾아와 자신이 화만루에서 쫓겨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청혼을 한다. 쥬산과 함께하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샬로를 보며 데이는 질투를 하고, 샬로에게 스승님의 말처럼 자신과 둘이 한평생 함께 하자고 하지만 샬로는 경극과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데이는 화가 나서 원대인의 집으로 가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원대인이 가지고 있던 장내관을 칼을 받아와 쥬산과 함께 있는 샬로에게 주며 이제 각자의 길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중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극장 공연 중 일본군이 들어오고, 샬로와 시비가 붙어 샬로가 일본군에게 잡혀가자 샬로를 구하기 위해서 데이는 일본군 앞에서 경극 공연을 한다. 쥬산은 데이에게 샬로를 구해주면 샬로 곁을 떠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샬로와 결혼식을 올리고 경극을 그만두고 데이와도 헤어져서 평범한 삶을 살자고 한다. 샬로가 쥬산과 결혼하고 상실감과 배신감에 데이는 아편에 빠져들고 경극 공연은 중단된다. 어릴 적 사부는 샬로와 데이를 불러 경극을 다시 시작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사부가 죽자 경극학교는 문을 닫고 제자들이 모두 떠난다. 샬로와 데이는 어릴 적 주워왔던 서를 데려와 돌봐준다. 

• 1945년 일본 항복

샬로와 데이는 일본이 패망한 후 베이징을 수복한 국민당 군대 앞에서 공연을 한다. 국민당 군대는 공연 중 떠들썩하게 난장을 부리고 샬로가 일본군도 경극 관람을 하면서 이러지 않았다고 하자 일본을 두둔했다며 싸움이 벌어진다. 그 와중에 쥬산이 유산을 하고, 국민당 경찰들이 들이닥쳐 데이를 간첩이라며 잡아간다. 데이가 샬로를 구하기 위해서 일본군 장교 앞에서 공연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되어 구속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샬로는 굴욕을 무릅쓰고 원대인에게 데이를 위해 증언할 것을 부탁하고 원대인과 샬로를 데이를 위해 일본군의 고문과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공연한 것이라고 증언한다. 하지만 데이는 원해서 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강압은 아니었고, 일본군 장교는 경극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가 살아있다면 일본에 경극이 전해졌을 거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친다. 이때 국민당 고위간부가 데이의 경극 공연을 보고자 데이를 사면해 준다. 

• 1948년 장개석 장군 항복 후 대만 이동 직전과 1949년 공산당 중국 입성

데이는 아편에 중독되어 아편에 빠져서 하루하루 살아가며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가 불에 태우기를 반복한다. 데이는 사를 통해 장내관의 칼을 샬로에게 다시 주며 화해를 시도한다. 둘은 거지꼴로 담배를 팔고 있는 장내관을 보는데 장내관은 둘을 알아보지 못한다. 국민당이 대만으로 떠나고 공산군이 북경으로 입성하면서 공산군 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데이는 아편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그 후 샬로는 데이가 아편을 끊는 것을 도와주어 힘들게 아편을 끊는 데 성공한다. 공산당의 자기비판집회에 참가하면서 서는 점점 열혈 공산당원이 되고, 원대인은 반혁명분자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 경극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데이는 사를 체벌하고 사는 짐을 싸서 나가버린다. 패왕별희 공연 전 샬로와 데이가 분장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희 분장을 한 사가 나타나고, 역을 빼앗긴 데이는 홀로 극장을 떠난다. 데이는 집으로 돌아와 경극 의상을 모두 불태우고 떠나버린다. 

• 1966년 문화 대혁명 시작

비 오는 날 데이는 샬로의 집을 찾아가 안을 들여다본다. 샬로와 쥬산은 문제가 될 만한 물건들을 불태우고 서로 사랑을 나눈다. 이 모습을 밖에서 보던 데이는 소리 없이 뒤돌아 간다. 문화 대혁명에 자아비판 대상으로 잡혀간 샬로는 데이의 반혁명성을 고발하라는 사의 강압에 홍위병에게 끌려 대중 앞에서 데이가 경극에 미친 사람이라며 자본가 지주, 일본군과 국민당 앞뿐 아니라 깡패와 헌병들 앞에서도 공연을 했고, 아편도 했다고 비난한다.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난 데이는 경극은 끝났다고 소리치며 쥬산이 화만루의 창녀라고 비난한다. 홍위병들이 사실이냐고 다그치자 샬로는 쥬산은 창녀가 맞고 자신을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으며 헤어지겠다고 이야기한다. 샬로의 말에 상처받은 쥬산은 그날 목을 매어 자살을 한다. 우희의 장신구를 만지고 있던 사는 홍위병들에게 잡혀간다.

• 11년 후 1977년

영화 시작하는 장면이 이어져 샬로와 데이는 패왕별희를 공연한다. 우희가 패왕의 칼을 뽑아 자결하는 장면에서 데이는 미소를 지으며 칼을 뽑고, 쿵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샬로가 소리 질러 데이를 부른 후 웃으면서 도즈라고 부르며 영화가 끝난다.  

<패왕별희> 명대사

• 일분일초라도 모자라면 한평생이 아니야
• 한번 웃으면 온 세상이 봄이요 한번 훌쩍이면 만고의 수심이 가득하니 당신을 노래한 것 같군
• 샬로 이 순간부터 너는 너 나는 나다
• 재앙이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아니야 절대 아니야. 재앙은 스스로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거야. 인과응보야

내 기억에 남는 <패왕별희> 명장면

<패왕별희>는 제46회 칸영화제에서 <피아노>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다. 장국영, 장풍의, 공리의 뛰어난 연기와 첸카이거 감독의 연출력이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나에게 중국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중국의 소설이나 영화 등 문학작품을 보면 중국의 굴곡 많은 역사를 관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이다. 결국 역사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항상 일반 서민들의 몫이다. 군벌, 일본군, 국민당, 공산당들이 번갈아가면서 정권을 잡고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어 통치를 하지만 그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죄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패왕별희(霸王别姬)≫는 '초나라 패왕 항우가 우희(우미인)와 이별하다.'라는 뜻으로 초나라가 한나라에게 항복하기 직전에 초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가 마지막 사랑을 속삭이는 내용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사성어 '사면초가'의 유래가 된 이 이야기에서 항우는 우희에게 혼자 도망치라고 하지만 우희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 자살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희를 연기하는 데이는 진짜 우희처럼 칼로 자살을 한다.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 몇 개를 뽑아보겠다.

첫 번째 장면은 육손인 아들의 손가락 하나를 칼로 잘라버리는 모습이다. 절대로 홍등가에서 기생의 아들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라게 하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두 번째는 데이가 샬로에게 스승님의 말대로 영원히 자기와 함께 하자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데이와 샬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경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보였다. 데이에게 샬로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경극에서 자신의 주군이자 연인인 항우를 샬로와 동일시하여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샬로에게 데이는 경극을 함께 하는 어릴 적부터 동고동락한 친한 동생이다. 그는 여자를 좋아하고 경극과 현실은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세 번째 장면은 쥬산이 아편을 끊기 위해서 고생하는 데이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쥬산은 처음부터 데이가 샬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데이를 경계하고 미워하는데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쥬산이 데이에 대한 미워하는 감정을 모두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아편을 끊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는 데이를 안아주면서 그동안 쌓였던 나쁜 감정들을 모두 버리고 그를 가족처럼 받아들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강한 생명력과 생활력으로 영리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줄 아는 여자다. 위기의 순간마다 샬로를 구해주고 샬로에게 계속 데이와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지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홍위병들에게 끌려간 샬로가 데이를 비판하려고 하자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계속 보낸다. 결국 데이는 그녀가 죽은 후에야 그녀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데이 입장에서 쥬산은 자신의 버팀목이자 사랑하는 샬로를 빼앗아간 여자이고, 또 그녀를 볼 때마다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존재였을 것이다.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네 번째는 문화 대혁명 시기 홍위병에게 끌려가 강제로 자아비판을 당하는 장면이다. 사상에 미친 군중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인간성을 파괴하여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샬로는 결국 데이의 말대로 비겁한 겁쟁이였다. 자신이 살기 위해 데이를 배신하고, 평생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위해준 부인 쥬산마저 부정해 버렸다. 만약 데이나 쥬산이 샬로의 입장에 처했다면 샬로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쥬산이 꿈에서 자신이 떨어지는데 샬로가 없었다고 한 것처럼 샬로는 쥬산을 버리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쥬산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역사의 격동 속에서 부단히도 고단한 인생 풍파를 겪어 온 주인공들에게 고생했다고 한마디 전해주고 싶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에 추가된 장면

15분가량 추가된 장면들은 어린 시절 도즈가 '이 몸은 본디 여자라서'라는 가사를 계속 '이 몸은 본디 남자라서'라고 틀리게 부르자 스승에게 호되게 체벌을 받고 나서 시토가 씻겨주는 장면, 장내관의 침소에 강제로 끌려가서 강간당하는 장면, 장내관의 집에서 나오면서 버려진 어린 아기를 안고 경극단으로 가는 장면, 원대인의 초대를 거절하고 화만루에 기녀를 만나러 가겠다는 샬로를 데이가 말리며 말하는 장면, 샬로의 결혼 소식을 듣고 원대인을 찾아간 데이가 원대인과 동성애를 하는 장면, 데이의 아편흡입을 하면서 탁한 어항과 데이의 아편에 취한 모습이 교차하는 장면, 데이가 사와 경극에 관한 견해로 대립하는 장면, 홍위병의 인민재판 장면 중 일부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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